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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원문 수산기자재 시장 규모 2033년 53조원 전망 덴마크 옥시가드社처럼 AI 접목한 기업 길러야
김태호 전남대 교수·스마트수산양식연구센터장
전 세계 수산기자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약 187억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33년까지 37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산업이 더 이상 전통적인 장비나 단순 기자재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산업이 됐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 식량 안보,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수산업의 기술 수요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옥시가드'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앞서 나간 기업이다. 양식장의 수온과 산소를 측정하는 센서뿐 아니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함께 제공한다. 현재 50개국 이상에 수출하며 연 매출 약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단일 장비가 아닌 통합 시스템으로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선점했다. 작지만 '구조를 설계한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자동 급이기, 산소 공급기, 수질 센서 등 개별 장비는 있으나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장비는 납품되지만 산업 생태계는 구축되지 못한다. 기술은 현장에 있지만 산업으로 확장되지 못하는 단절이 반복된다. 이는 기술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술을 산업으로 이끌어낼 구조적 설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단절을 해결하려면 수산기자재를 독립된 산업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어종별·해역별 패키지화, 표준 운용 시스템 설계, 공급자·수요자·연구자·투자자가 함께하는 구조적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수산업의 수출산업 전환에도 반드시 필요한 전제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양식어업 장비의 스마트화를 지원하고 필수 기자재 보급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제도화로 나아가야 한다. '수산기자재산업 육성법'(가칭)을 통해 성능 인증, 공공 조달, 수출 지원까지 아우르는 일관된 정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의 성능 평가, 운용 데이터 확보,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수산업의 고령화 문제 또한 중요하다. 스마트 기자재는 단순한 기술 고도화를 넘어 청년이 진입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열쇠다. 기자재 산업은 수산업 고도화의 디딤돌이자 청년 일자리와 수출산업 기반으로 확장될 수 있어 정책적 가치가 높다.
정부는 기자재 개발부터 실증, 인증, 조달, 수출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실증단지를 조성하고 공공 양식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기자재 산업이 연안 안전, 해양 환경 보전, 해양레저 산업과 연계되도록 확장성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한국 수산업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장비가 아니다. 기술이 흘러갈 수 있는 구조, 기자재가 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질서다. 한국형 옥시가드를 만들지 못한 이유는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그 기술을 시장으로 이끄는 구조를 만들지 못해서다. 이제는 흐름을 만들고, 연결을 복원하며, 산업을 설계해야 할 때다.
[김태호 전남대 교수·스마트수산양식연구센터장] |